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은 최근 1학기 중간고사를 마치고 자퇴를 고민 중이다. 내신 성적으로는 목표로 하는 명문대에 진학하기는 힘들 것 같아서다. “고등학교 1학년 내신에서 미끄러지면 끝”이라며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 재수학원에서 빨리 수능 공부를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23학년도 수능 지원자 중 검정고시 출신을 비롯한 기타 수험생 비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가운데, 교육 현장에선 이런 흐름이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주요 대학이 신입생 중 정시로 뽑는 비율을 40%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3년을 투자해야 하는 내신으로 승부 보기보다 수능에 올인하려는 학생들이 늘고 있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면 수업의 필요성을 못 느끼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25일 교육부에 따르면 2023학년도 수능 지원자 50만8030명 중 검정고시 출신 등 기타 수험생은 1만5488명으로 3.1%를 차지했다. 통계 발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검정고시 출신 수능 접수율은 지난 2017년 1.9%, 2020년 2.3%, 2021년 2.77%, 2022년 2.8%로 매년 증가세다.
학령인구 감소로 전체 수능 지원자는 매년 줄고 있지만 검정고시 출신 지원자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1211명 늘었다. 입시 전문가들은 “고등학교 정규 교육 과정을 따르는 것보다 검정고시로 고교 졸업 자격을 이수한 뒤 재수학원에서 수능을 준비하는 것이 대입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자퇴생 증가는 서울 주요 대학이 신입생을 정시로 뽑는 비율을 기존 20%대에서 40%대로 확대한 것과 관련 있다. 수시로 대학에 갈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줄자 아예 정시에 올인하면 된다는 기류가 형성된 것.
정부가 권고한 시점은 2023학년도였지만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권고 대상 대학 16개 중 9개가 2020년 이미 정시 비율을 40%대로 늘렸다. 2024학년도 대입에서 16개 대학의 정시 비중은 40.7%에 달한다.
지난해 고등학교 2학년 1학기 도중 학교를 자퇴하고 재수학원에 다니고 있는 학생은 “내신 경쟁에서 밀려서 아무리 등급을 잘 맞아도 3등급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았다”면서 “3등급은 목표로 하는 대학에서 쓸 수 없는 등급이라서 더 이상 학교생활의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교사들도 자퇴 증가세를 체감 중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학교에 다니는 것보다 수능을 준비하는 게 대입 전략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학부모와 상담해도 마음을 쉽게 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교사는 “이번 중간고사를 치고 나서 성적이 높은 애들은 과목별 내신 버려야 하느냐며 속상해하기도 한다”며 “실제로 자퇴하는 애들은 못봤지만 내신을 망쳐 자퇴를 고민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학업 중단 (자퇴) 여부와 이유
학업중단 경험
‘자퇴’ 검색량, 국내 남·여 청소년 자살과 밀접한 연관 있다 (medifonews.com)
"'자퇴' 검색량 늘면 청소년 자살 사망도 증가" | 연합뉴스TV (yonhapnews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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